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양준호 교수

어느 도시건 할 것 없이, 지역경제가 피폐화되고 있다. 서울, 경기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잃고 있다. 우리 인천은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된 지역의 대표 격이다. 송영길 시정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섣부른 '장미빗 전망'에 의거하여, 인천은 외부에서 투자만 유치하면 지역경제는 다시 살아난다며 외국자본이나 외국기업 그리고 지역 밖에 있는 재벌대기업 유치를 위해 온갖 우대조치를 다 취하고 있지만, 그들은 시민들의 혈세로 그들을 '상전 대접' 해주는 그 지역의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를 전혀 내지 못 하고 있다. 인천 지역경제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지 않다.

그런데, 최근 인천 상공회의소와 인천 경실련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6.13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에게 ‘인천경제주권 아젠다’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관련 정책을 제언했다. 여러 정책들이 제언되긴 했지만, 인천 지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이를 통한 큰 틀에서의 대안과 방향을 모색하진 못 했다. 즉 인천의 지역경제가 무엇 때문에 잘 돌아가질 않는지 그 ‘거시경제적’ 진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모처럼 제안한 정책들도 그저 좋은 정책들만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종합선물 1종 세트’로만 보인다. 내게만 그렇게 느껴져 오는 것일까?

지난 13년 간 인천 지역경제를 분석한 것을 토대로 결론을 내면, 인천에는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도는’ 그런 순환형 경제가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다. 해서 인천 경제는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방향은 바로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지역에서 창출된 소득은 그 지역에서 소비되어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헌데, 인천의 경우, 인천 시민이 사용한 신용카드 액수 10조 7,000억 원 중에 다른 지역에서의 소비액이 5조 6,000억 원으로 무려 전체의 52.8%에 달한다. 자랑스럽게도(?) 이 수치는 전국 1등이다. 즉 인천 시민의 신용카드 사용 지출액의 절반 이상이 인천이 아닌 서울 등지의 외부에서 쓰이고 있다. 큰일이다. 지역경제를 받치는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소비일진대, 이 통계를 고려하면 인천은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해서, 어서 빨리 인천은 딴 소리 해대지 말고 지역화폐 2천억 원 어치를 풀어 이를 인천 지역 내 소비에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감한 지역화폐의 도입 및 운용을 통해 인천의 소득이 인천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9월부터 지급될 아동수당, 그 100%를 지역화폐로 발행해보라. ‘그놈의’ 경제자유구역에서 발생할 개발이익의 절반 정도라도 이를 지역화폐로 발행하여 인천 구도심에 씨앗 뿌리듯 유통시켜보라. 지역의 소득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소비됨으로써 나타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그 어떤 정책 수단에 비해서도 빨리 나타난다. 성남이 그러하고, 강원도 양구가 그렇지 않은가. 경제자유구역이 잘 개발되면 인천 경제가 살아난다는 그 헛소리, 이제 그만 집어치워야 한다.

둘째, 지역의 은행 자금이 지역의 자금수요자들에게 투융자되어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헌데, 인천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들은 다른 주요 대도시 은행들에 비해 지역에서 확보한 예금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예금의 역외 유출비율이 턱없이 높다는 의미다. 강원, 전남, 전북 다음으로 인천 은행들의 자금은 역외로 많이 빠져 나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은 동 지역에서 확보한 예금을 주로 ‘수도권’으로 투융자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자금들이 주로 서울과 경기에 집중되고 있고 있지, 수도권이라 하면서도 우리 인천에는 그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정말이지, 큰 일 날 상황 아닌가.

결국, 인천의 은행들은 인천의 자금수요를 완전 무시하고 있어, 인천의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 저소득층, 저신용등급자 등과 같은 지역의 이른바 ‘금융 약자’들에 대한 은행들의 배제(Exclusion) 조치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은행의 사업 자금인 예금은 인천의 ‘없는 사람’들로부터 챙겨놓고 이들에 대한 대출은 꺼리고 돈 되는 곳에만 투융자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얘긴가. 해서, 상업은행들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서 빨리 인천은 ‘지역 재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천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의 인천 지역 내 재투자를 조례를 통해 의무화해야 한다. 시금고, 구금고로 지정된 은행들뿐만 아니다. 인천에서 장사하는 모든 은행들을 대상으로 인천의 ‘없는 사람’들 즉 자금수요가 절실한 이들에 대한 투융자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니면, 은행들의 지역 내 재투자를 의무화해서 적립된 자금을 따로 모아 또 이를 시 예산과 합쳐, 인천 시정부 차원의 ‘지역공공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좋다. 지역 차원의 금융이 골고루 돌고 돌아야 그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인천경제주권’이니 뭐니 하며, 이제 더 이상 헛다리 짚지 않았으면 좋겠다.

셋째, 인천 기업들의 투자는 인천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헌데, 인천의 경우, 1920년대 식민지기 때부터 인천 지역의 기업들은 원재료나 부품 등을 주로 서울 등 외부 지역으로부터 조달하는 ‘외부 의존형 산업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 ‘파행적’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다. 즉 인천 지역 내부 기업들 간의 산업 연관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GM 코리아의 경우, 원재료 및 부품을 인천이 아닌 외국 또는 국내 여타 지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인천 기업들과의 산업 연관은 매우 약하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지 않았는가. 또 안상수, 송영길, 유정복 시정부가 그렇게도 집착했던 경제자유구역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상전 대접’을 받으며 송도국제도시에 유치된 외투기업들의 경우, 인천 지역 기업으로부터의 조달율은 고작 9%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고려하면, 이들이 인천에서 조달하는 것은, 그것도 지역경제에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 하고 있는 대형 마트에서 구입하는 제주 삼다수와 복사 용지 정도에 불과할 것이리라.

해서, 가칭, 인천 ‘지역산업관리공사’ 설치를 강하게 요청한다. 이 조직은 지역 산업연관 상황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중간재 및 원자재 조달의 지역 내 연관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또 시행하는 콘트럴 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인천 지역에 볼펜 공장이 있다면, 볼펜 생산에 필요한 스프링이나 심은 인천 외부가 아니라 인천에 있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해야 한다. 지역 내 조달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인천 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공적 신용보증 공급량을 더 늘여주고 또 위에서 언급한 인천시 ‘지역공공은행’을 통해 저금리로 사업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인천 지역 내 기업들 간의 조달 거래 시 위에서 언급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인천 기업들의 투자는 지역 내에서 더 많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후보들에게 묻는다. 인천 경제가 ‘죽을 쑤는’ 이유를 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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