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규탄 목소리 높아

▲주안 지하도상가 전경 ⓒ인천뉴스

지난달 31일 인천시의회를 통과한 지하도상가 조례개정안이 졸속으로 마련된 불평등조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인천지하도 상인들은 시집행부가 계약만료가 코앞으로 닥친 인현지하도상가와 급조한 상생협의회를 미끼로 연합회를 속이고 졸속으로 조례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인천시와 지하도상가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달 29일 상생협의회 구성을 합의하고 29일 기준으로 올해 대부기간이 만료되는 3개 법인 지하도상가에 대해서만 2년 조례 적용 유예 및 추가 3년 계약 기간 연장을 적용하고, 나머지 10개 법인 지하도상가는 상생협의회에서 조례 유예 기간을 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지하도상가 점포주 50여 명은 지난 5일 오전 10시 무렵, 인천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시청 민원실을 찾았다.

이들은  “대부기간이 만료되는 인현지하도상가를 미끼로 시 집행부와 고존수 의원이 본회의 이틀 전에 상생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차후에 10개 지하도상가에 대한 유예기간을 정할 수 있게 해 줄 것처럼 한 뒤, 하루 뒤에 내용을 번복하면서 실질적으로 지하도상가연합회를 속여 통과시킨 불평등 조례”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를 믿은 게 잘못...어디 가서 말도 못해...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이뤄...-

부평역지하도상가 점포주인 최 모(61·여)씨는 20대 초반부터 지하도상가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작은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배우면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세를 얻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내 가게 1칸(2.5평)을 갖는 것이 꿈이었고, 최씨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더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마침내 지하도상가 1칸을 갖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을 얻은 듯 기뻤다.

등기권리증이 아닌, ‘점포점유증서’였지만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작은아버지가 지하도상가 초창기에 당시 인천시내 좋은 아파트 1채 가격을 주고 지하도상가를 분양받는 것을 보았고, 2000년대 초반 리모델링(계약만기 기간) 공사 당시에도 점포주가 보수공사비를 부담하고 시는 임대계약을 당연하다는 듯이 연장시켜주었던 전례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타 시도와 달리 인천은 전대까지 허용해서 평당 가격이 강남 한복판보다 비싸졌는데, 이 비싼 가게를 빼앗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철썩 같이 믿었다.

그래서 최씨는 4년 전 신부평지하도상가 점포 1칸을 더 구입했다. 그리고 장사를 접고 전대를 놓았다.

노후대비로 이보다 좋은 대책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땅속에서 장사를 하고, 새벽이면 동대문 등으로 물품을 구입하러 가야하는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체력이 많이 부쳤다.

최씨는 아직도 지하상가에게 장사를 하고 있는 꿈을 꾼다. 장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가 잠을 깨 꿈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날아갈 듯이 기뻤다.

인생에서 절반 이상을 땅 속 에서 살았지만, 열심히 일한 덕분에 지하상가에서 나오는 월세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리고 죽더라도 자식들이 내가 평생 일해 일군 재산(지하도상가)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면 또 한 번 기뻤다.

그런데......이게 무슨 일인가? 시가 (남은 계약기간 10년 중) 2년만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고, 나머지 8년은 나보고 다시 들어와서 직접 장사를 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혼이 나가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다고? 밥도 안 들어가고, 잠도 못 이루고 있다. 차라리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열심히 일하고 시정부가 하라는 대로 살았다. 그것이 범죄라면 나의 일평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인천시가 사기를 친 거죠...합법적으로...시를 믿는게 아니였어요...-

권 모(51·여·부평중앙지하상가)씨는 2015년 1억원 넘게 대출을 받아서 ‘노후대비’ 목적으로 1칸을 구입했다. 어렵게 모은 돈과 대출까지 따로 받아서 구입했기 때문에 사전에 부동산중개소를 비롯해 시공무원 그리고 지하도상가 주변 지인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권 씨는 양도·양수와 전매 등 허용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

등기권리증이 없다고 해 잠깐 망설였지만 시 법령으로 정해진 것(조례)도 있고, 계약이 만기돼도 공사(리모델링)를 하고 자동연장해 준 선례도 있다고 해서 의심을 접었다.

권 씨는 월세를 받아 착실하게 대출금을 갚고 나면 확실한 노후대비책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1년 12달 중 2달치 월세를 대부료로 내는 것을 빼면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세금(재산세 등)이 없고 지상층 상가나 아파트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최 씨는 마침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대출을 일으키고 점포점유증서를 받았다. 미래를 보장받은 것처럼 행복했다.

그러나 최 씨는 지금, 남편과 함께 미래를 생각하며 당장을 아끼며 모았던 돈을 곧 모두 잃게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설마 시가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리 없다고 믿고 싶다. 그가 망가뜨린다는 표현을 쓴 것은 돈을 잃은 것은 둘째 치고 대출금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점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임차인 보증금까지 물어줘야 한다.

최 씨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입술을 앙 다물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간신히... 한마디 던진다. “인천시가 사기를 친 거예요. 합법적으로......”

-여유 있어서 점포주 된 것 아니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

인현지하상가 이 모(51·여)씨는 6년 전에 점포주가 됐다. 여유가 있어서 점포주가 된 것이 아니다. 지하상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동종업계 자리다툼이나 주인(점포주) 눈치 등등에 질려서 였다. 아니, 지겨웠다.

친척들에게 사정을 하고, 대출을 받고 해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 있던 임차인이 5년 임대차계약을 했다며 자리를 빼주지 않아 처음 구입의도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속상했지만 그래도 날짜가 가면 언젠가는 우리(남편과 함께 운영 중)가게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위로삼아 버텼다.

이 씨는 최근 리모델링(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와 공사비 2,000여만 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 2000년도 무렵 진행한 리모델링 공사 이후 연장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계약종료로 인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요즘 밥을 못 먹는다. 잠은 말할 것도 없다. 결혼생활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도 없다. 이 씨는 이 말을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아이들 자랄 때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말하고 또 울었다.

이 씨는 울다가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 것이 아니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려고 하다보니 못 갔던 것이라고 말하고 또 운다. ...

-나는 법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다...진짜 범법자는 누구인가?-

김(54·여·주안역지하상가)씨는 20살부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일했다. 2008년 남편이 지상에서 가게하면서 번 돈과 자신이 세를 얻어 장사해 모은 돈에 대출을 받아 3칸짜리를 계약하고 점포점유증서를 받았다.

임차인 계약기간이 남아 바로 가게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3년이 지나 권리금까지 계산해 내주고 옮겼다. 권리금은 안줘도 되었지만 이 씨 자신이 세입자로 장사하면서 겪은 경험을 떠올리며 ‘내가 5년 더 일하면 되지’라고 마음을 먹고 임차인 입장을 배려했다. 이 씨 자신은 권리금을 못 받고 나왔지만 내 점포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담지 않았다.

이 씨는 당시만 해도 2025년 계약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장사가 점점 안 되고 대출금 이자 마련 생각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무거웠다. 시어머니가 20년 가까이 환자로 누워있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이 씨는 4개월 전에 장사를 접고 전대를 놓았다. 매출이 급감하는데다가 시급이 올라 인건비 감당이 힘들었다. 식구끼리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장사를 놓고 보니 내가 왜 땅 밑에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어 서글펐다.

그런 참에 벌어진 인천시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 통과는 이 씨에게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다. 이 씨에게는 아직 대출한 6억 원 중에서 4억 원이 남아있다.

이 씨는 한참 동안 말을 못 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난다.,,, 내가 지금 ‘나는 바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식구들이 없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인천시 지하도상가의 임차권 양수금액이 타도시(서울 포함)에 비해 높아진 이유는 인천시가 조례에서 전대를 허용했기 때문 아닌가? 평생 누구한테 싫은 소리 한 번 안하고 내가 조금 손해보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나는 법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 점포주(임차인)들은 29일 상생협의회를 만들면서 대부 기간 만료가 임박한 3개 법인 지하도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지하도상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던 ‘10개 법인 지하도상가의 조례 유예기간을 상생협의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현재 확정된 조례안에 대해 ▲조례 개정 자체가 너무 급진적으로 일부의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점(특히 대부기간이 만료되는 3개 법인 지하도상가들 때문에 급하게 진행되었는데, 본회의 이틀 전인 29일에서야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놓고 나서, 그 마저도 그 다음 날인 30일 행안부 의견 등으로 인해 내용이 수정된 사실이 일부 법인 대표에게만 공유된 채(즉 13개 모든 법인 지하도상가의 대표나 임차인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임차인들은 조례 내용 한 번 보지 못하고 결과만 통보 받은 셈)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10개 법인 지하도상가의 조례 유예 부분이 조례에서 삭제되었지만, 이에 준하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10개 법인 지하도상가의 유예기간을 2년 안에는 정한다고 해놓고, 조례에서 이미 조례 유예기간을 2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피해 임차인들을 위한 논의 의미 없고 금전적인 보상 언급도 없음) 등에 반발하고 있다.

김인찬(48·주안역지하상가)씨는 “29일 상생협의회에서 논의되었던 대로 10개 지하도상가에 대한 유예기간을 정할 수 있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법이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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