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막말의 대가'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상대는 중국이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최근 중국에 대해 전례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은 기본이고, 홍콩과 대만 등 중국의 안보적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거친 언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과 관련한 언동을 보면, '또라이, 얼간이'(5월 20일 트럼프), '악랄한 독재정권'(5월 20일 폼페이오), 'WHO는 중국의 꼭두각시'(5월 18일 트럼프), '중국은 약탈경제'(5월 20일 대중국 전략보고서) 등등 초강경 발언 일색이다. 

지난 1979년 1월 1일 미중수교협정이 발효된 이후 41년째 순항해온 미중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19를 어렵게 극복하고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를 열고 있는 시점을 택해 집중 공격에 나선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트럼프는 왜 이 시점에서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일까? 그의 대중국 공세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우선은 그의 대중국 공세가 재선 승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만해도 트럼프 진영은 재선 승리를 확신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전쟁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안정세를 찾은 반면 정작 미국은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되었다. 24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도 10만명에 육박했다. 문제는 이같은 확산 추세가 좀체로 진정되지 않고 있는 데다, '트럼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할 정치적 필요가 생긴 것이다. 중국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어 재선 승리의 길을 닦으려는 것이 그의 핵심 선거전략이 되었다.

둘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신냉전을 구축해 서방세계의 결속과 외교적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트럼프는 집권이후 서방 동맹국들에 대한 좌충우돌식 공세를 벌여 많은 반발을 샀다. 주요 동맹국 지도자들은 그와 만나기를 꺼리고 노골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코로나19 방역 국제연대의 강화를 통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이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하게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경제적인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급증하는 실업자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선제적 공격에 나설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중국 대 서방의 진영 대결구도를 만들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로 부터 방위비 분담과 대미 투자 등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레이건 처럼 이념적 우파가 아니다. 그는 이른바 '비즈니스 우파'이고, 가장 중요한 정책선택 기준을 이익으로 삼는 특이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가 만들고자 하는 신냉전 구도 역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 외교는 당분간 상황에 끌려가기 보다 냉정한 관망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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